SNS에서 얻은 여행 영감, 실제 계획으로 구체화
방대한 데이터로 AI가 예측…가격 결정에도 도움
AI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예측하고 제안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해외 여행산업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진화된 현장을 살펴봤다.

챗봇 그 너머에 뭐가 있길래?
여행산업에서 인공지능(AI)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쪽은 상담 분야다. 소비자 상담이 많은 업종인 만큼 한국은 물론 글로벌 여행기업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부킹닷컴, 트립닷컴, 익스피디아 등 리더급 글로벌 OTA들은 상담 기능을 맡고 있는 챗봇을 중심으로 보다 섬세하고 개인의 취향과 요구에 적절한 일정을 설계해주는 쪽으로 고도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이들은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 속 인플루언서들로부터 여행 영감을 얻는 현상을 주목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익스피디아가 지난 6월 미국 시장에서 선보인 트립 매칭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자신이 팔로우하는 크리에이터의 영상이든 피드든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익스피디아 트립 매칭에 공유하면, 트립 매칭의 AI가 해당 콘텐츠를 기반으로 실제 여행 계획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돕는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등 IT 기업 엔지니어 출신이 2023년 설립한 에어리얼 트래블(Airial Travel)이다. 에어리얼 트래블은 소비자가 틱톡,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원하는 여행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관심사나 예산, 일정 등 구체적인 요구를 입력하면 AI가 그에 맞는 계획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여러 날짜의 항공편과 호텔 비용을 비교하는 데 특화된 AI 기능을 기반으로 초개인화 서비스에 한발 더 다가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모바일 앱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최근 신선한 접근에 높은 가치를 평가받아 300만달러(한화 약 40억6,000만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여행기업들이 소비자의 초개인화된 여행 계획을 돕는 데 사활을 건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에는 정해진 상품에서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여행의 ‘영감’을 얻고, 그에 따라 여행을 계획하는 구조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맞춤형 여행 설계는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해줌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전환율을 끌어올리고 객단가를 높이는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AI의 상관관계
사실상 여행은 탄소 배출의 주범이다. 전체 탄소 배출량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 항공업은 무려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국, 각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I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과 구글이 협력해 개발한 프로젝트 콘트레일(Project Contrails)이 바로 그 중 하나다.
가끔 비행기 꼬리 뒤로 하얀 연기가 배출되는 현상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마치 구름 같기도 하고, 발자국 같기도 한 연기는 바로 비행운(Contrail)이다. 비행기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나 기타 오염 물질의 작은 입자들이 수중기를 만나 응축되며 형성된 연기로 최근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이 연기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의 약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비행운은 비행기가 습한 지역을 통과할 때만 발생한다. 그러니 이동 경로에서 습한 지역을 피한다면 비행운도 발생하지 않는 것. 아메리칸항공과 구글은 AI를 활용해 방대한 양의 기상 데이터와 위성 데이터, 비행 데이터를 조합해 비행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이를 통해 아메리칸항공 조종사들은 6개월 동안 70회의 시범 비행을 통해 비행운이 형성될 확률이 높은 항로를 우회했고, 그 결과 비행운 발생은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0.3%의 연료 절감 효과까지 나타냈으니 똑똑한 기후 솔루션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가격도 구매 타이밍도 AI가 결정
소비자든 기업이든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상품 가격이다. 특히 여행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무형 상품이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편이다. 그래서 기업은 수익과 직결되는 가격 결정에, 소비자는 예산과 직결되는 구매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실행하려는 욕구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AI가 결정을 돕는다.
2020년 미국에서 탄생한 호퍼(Hopper)의 경우 AI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항공권과 호텔, 렌터카 등 여행상품의 가격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계절, 이벤트, 공급량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는 것인데, 그 정확도가 95% 이상에 달할 정도로 높아 소비자가 더 나은 가격을 기다려야 할지, 지금 구매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퍼는 다이내믹한 가격 결정이 필요한 항공사나 호텔 등 여행기업들에게도 이와 같은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에어캐나다, 메리어트, 카약 등이 실제 수요 예측 솔루션을 도입해 가격을 조정하고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을 잠시 묶어두는 옵션을 제시하는 등 활용하고 있다.
AI로 소통해요
해외 관광청들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AI가 우선적으로 믿고 수집하는 데이터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미디어, 기업 등에서 발표한 자료인 만큼 정확한 정보와 최신 정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선 미국관광청은 올해 AI 부서를 신설, 최고책임자를 선임하며 AI를 활용한 여행 일정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8월 선보이게 될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 닷컴’은 여행에 특화된 AI, 마인드트립(Mindtrip)과 협력해 개발한 디지털 허브로 직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불어 직원들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각국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웨비나를 진행하고 공동 계정을 사용해 AI를 활용한 기록을 공유하는 등의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캘리포니아관광청과 프랑스관광청도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AI 챗봇 기능을 추가했다. 프랑스관광청은 최근 홈페이지에 제니알(GENIAL)의 AI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가 원하는 지역이나 일정, 취향을 반영한 여행 정보와 일정을 안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관광청 AI 챗봇 역시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로드트립과 관련된 테마에 한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추가한 상태다. 해외 관광청들은 사용자의 질문에서 답으로 이어지는 대화 형태의 AI 챗봇 기능이 기존의 일방적인 정보 제공의 형식에서 벗어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사용자의 구체적인 상황에 적합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은 만큼 앞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