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에 비관적 시선…소멸 가능성도 거론
관광 전문 인력 이탈 방지 및 유입 솔루션 필요
중국인 방한 단체 무비자 정책 "순 편익 따져야”
우리나라 여행산업의 앞날을 주제로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코파일럿(Copilot) 세 AI와 토론했다. 이들 세 AI들은 관광산업 전문가로서 기능과 역할을 사전에 부여했다. AI들이 생각하는 한국 여행산업의 미래와 문제점 등을 살폈다.
* AI는 모두 유료 버전으로 진행함.

패키지여행 성장률 0%대?
먼저 세 AI에게 인·아웃·국내를 따로 구분하지 않은 채 패키지여행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극복 및 부흥 전략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셋 중 코파일럿이 가장 정확하게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판단해 다른 AI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코파일럿은 패키지여행 상품의 주요 문제점으로 ▲전형적 코스의 반복 ▲수수료 기반 구조로 인한 쇼핑과 강매 ▲MZ 세대 선호 콘텐츠 부족 ▲개별여행이 용이해진 상황 속 ‘안전’을 넘어설 패키지여행의 강점 부족 등이었다. 코파일럿이 지적한 문제점에 대해 챗GPT는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제미나이는 공감과 더불어 추가 의견도 제시했다. 특히 쇼핑 중심의 구성에 대해서는 방한 패키지여행의 가장 큰 병폐로 꼽으며 ‘마이너스 투어피’ 구조가 낳은 기형적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다소 과도한 지적이 지속돼 의견 생성을 중단시키고 해결 방안에 초점을 둔 답변을 다시 물었다. 그러자 제미나이는 K-콘텐츠 굿즈 쇼핑은 방한 관광의 주된 목적이 될 수 있다며, 쇼핑의 경험화를 해결 방안으로 제안했다. 인·아웃바운드를 불문하고 면세점과 쇼핑센터 대신 패션·메이크업 몰 등 테마가 접목된 쇼핑 시설을 방문할 경우 체험의 일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패키지여행의 미래에 대해서는 세 AI 모두 향후 5년 내 구조적 붕괴를 예상하는 등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코파일럿은 2028년이면 패키지여행 성장률이 0%대에 이를 것으로 봤으며, 2027년부터는 영세 여행사들의 폐업률이 급증할 것으로 점쳤다. 이에 챗GPT는 반론을 제시했다. 패키지여행 ‘제로 성장'은 정통 패키지여행에 한정된 예측이며, 새롭게 파생되는 세미패키지·데이투어 등과 같은 테마형 패키지여행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챗GPT는 5년 안에 FIT 시장에 크게 밀려 니치 시장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고객을 함께 여행상품 설계에 참여시키는 산업’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소멸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키지여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도 주고받았다. 처음엔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다. 코파일럿은 디지털 전환 및 플랫폼 혁신을 주장한 반면, 챗GPT는 여행은 인간 경험을 중점에 두고 정성·동행·케어라는 본질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제미나이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챗GPT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이런 식의 논쟁이 조금 이어졌지만 결국 세 AI의 해법은 하나로 모였다. 패키지여행이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행사가 기존의 판매자 역할에서 벗어나 새롭게 ‘연결자 역할'로 전환돼야 하며, 패키지여행 상품에 여행자의 의견을 더욱 반영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전을 시도해야한다는 결론이었다.
관광 전문 인력 이탈 해법은?
이번에는 세 AI에게 관광 전문 인력의 업계 이탈은 갈수록 늘고 유입은 낮은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챗GPT는 관광 전문 인력 이탈과 유입 부족의 원인은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직무 고도화 부족으로 장기근속이 어렵고, 전문성이 필요 없는 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탈은 증가하고 유입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파일럿은 고용노동청 통계 기준 관광업체 월평균 임금은 약 3,971만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 약 4,300만원 대비 8% 낮다며 이탈의 원인 중 하나로 낮은 임금을 지목했다. 또 이 통계를 기반으로 관광기업 임금 수준을 전체 산업 평균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미나이는 임금 인상 필요는 없다고 봤다. 다만, 출장 간 이동, 무급 대기시간 등 비가시적 노동이 많은 여행산업의 특성을 인정하고, 성과급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챗GPT는 인바운드 프리랜서 가이드와 관련해서도 개선 필요사항을 제시했다. 지역별 가이드 단가를 공표하고, 월급제 가이드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다른 두 AI도 모두 동의했다.
관광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 관광인 포상 제도를 마련하고, 단순 직원이 아니라 ‘경험 기획자’, ‘고객 만족 디자이너’ 등과 같이 전문성을 강조하는 직무명을 도입할 것을 제미나이는 제안했다. 챗GPT는 관광학과는 있지만 실무로 이어지는 통로가 없다고 지적하고, 공공정책 차원의 관광 인력 육성 로드맵을 제시했다. 대학 관광 관련 학과 학생이 공공기관에서 직무 현장을 경험한 뒤 민간 기업으로 취업을 연계하는 방식의 관광인재 트랙제를 운영하자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코파일럿은 유효한 제안이지만, 산학협력과 지역분산, 경력인증 등 생태계 조성이 병행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양날의 검 중국인 비자 면제
올해 3분기 중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비자 입국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인바운드 부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일반 국민 입장에서 여러 가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고 알리고 세 AI의 입장을 물었다. 제미나이는 정책 시행에 따른 기대 효과와 우려를 정리해 답했다. 기대 효과로는 ▲관광객 수 증가 ▲내수 경기 활성화 ▲지방 관광 활성화 가능성 등을 제시했으며, 우려 요소로는 ▲방한관광 질적 저하 ▲불법 체류자 증가 ▲관광 인프라 과부하를 꼽았다.
챗GPT는 제주도를 선례로 들어 불법 체류자 증가 우려에 힘을 실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2023년 기준 제주 무비자 입국 중국인 중 약 23%가 불법 체류자로 전환됐다고 전했으며, 제주경찰청 자료를 통해서는 지난해 제주 외국인 범죄 검거 현황 608명 중 중국인 비중이 67%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제미나이도 외화 수익보다 불법 체류자 검거에 드는 경찰력과 행정 비용이 더 클 가능성이 있으며, 치안 불안 등에 따른 무형의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고 조명했다. 때문에 무비자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순 편익’을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파일럿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 관리 주체인 인바운드 여행사를 대상으로 무단 이탈자 발생 등에 따른 벌점제를 강화해 시행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불법체류 방지를 위한 보증금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모객하는 중국 송객 여행사와 책임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결론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제도는 관광시장 회복의 기회인 동시에 국가신뢰도·치안·사회갈등 리스크를 시험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다.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기이며, 제도 시행 전까지 국내 관광업계의 덤핑 관광 상품을 근절해 구조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세 AI의 의견이다.
송요셉 기자 yosep@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