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협 우려부터 조세 회피 반감까지 반대 여론 무성
구글 "국내 법인 격리는 비효율…반출 시 대기업 독점 해소"
국내서 5,000:1 사용 중이지만…길 찾기는 반출 필요 주장

8월25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구글의 ‘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도 지난 8일 “구글이 안보 우려 해소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청함에 따라 처리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07년 첫 요청 이후 18년째 계속되는 지도 반출을 둘러싼 논란은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구글이 요구하는 1:5,000 이하 정밀지도 해외 반출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들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 정밀지도에는 군사시설과 주요 기반시설이 포함될 수 있어 해외로 유출될 경우 적대 세력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역시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등 제도적 근거도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의 반대도 거세다. 이들은 시장 질서와 경쟁 공정성 차원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은 국내 규제를 충실히 지키며 지도 데이터를 구축해왔는데, 구글이 해외 반출을 허용받을 경우 동일한 규제 없이 막대한 기술력과 자본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는 국내 지도 생태계뿐 아니라 API 기반 서비스 전반에 위협이 된다는 게 국내 주요 기업의 걱정이다.

일반 국민들 역시 안보 불안과 공정성 논란을 주요 이유로 지도 반출에 부정적이다. 북한과 대치한 특수한 안보 상황에서 정밀지도 유출은 곧바로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등 대체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어 구글에만 특혜를 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외국 기업에만 규제 완화가 적용된다면 국내 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손해라는 반감도 크다. 구글이 그동안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세금 납부는 사실상 회피해왔다는 점도 반감을 사는 부분이다. 이번에 해외데이터센터로 우리나라 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한 것 역시 우리 정부 제안대로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경우 조세 회피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많다. 

결국 한국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반대 이유가 명확하다. 정부는 안보와 법적 근거를, 국내 기업은 공정 경쟁과 산업 보호를, 국민은 안보 안정과 규제 형평성을 중시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 관리 문제로 연결되며, 한국 사회가 정밀지도 반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구글은 왜 끈질기게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것일까? <여행신문>이 구글 측에 직접 물었다. 주요 쟁점 질문에 대한 구글의 서면 답변 내용을 정리했다.

8월25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구글의 ‘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 픽사베이
8월25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구글의 ‘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구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 픽사베이

■ 정밀 지도 반출 고집 왜?

-관광 활성화와 관광 편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정밀 지도 반출이 필요하다는 구글의 주장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구글은 지도 반출과 관련해 안보·산업 보호에 대한 국민 여론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다만 구글이 요청하는 데이터는 이미 보안 처리가 된 자료로, 구체적 근거 없이 막연히 안보 위협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위성사진 서비스는 수십 년간 세계에서 활용돼 왔고, 누구나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정보다. 구글은 민감 시설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해 보안조치를 취할 의사도 있다.

산업 보호 논리 역시 일부 대기업의 이익을 유지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들 기업은 법적 보호 속에 수십 년간 독점적 이익을 누려왔으며, 반출 허용이 전체 산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간정보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고 새로운 성장을 이끌 수 있다. 또한 자율주행·드론 등 신기술은 1:5,000 지도만으로 즉각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반출 허용이 곧 시장 독점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구글은 관광 편의 개선을 넘어, 한국의 공간 기반 산업과 여행산업의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 기회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투명한 소통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고, 구글의 노력이 한국 국익과 국민 편익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

 

-방한 외래객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구글맵 길찾기 미지원, 위치 오류 같은 문제를 정밀 지도 반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구글은 한국내 사용자 경험에 일부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현재 규제 환경에서는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 구현이 제한적이며, 길찾기 기능과 같은 핵심 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이다.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허용되면 보행자 길찾기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 이는 관광객 편의를 크게 개선하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풍부하고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최신 지도 기술과 결합될 때 비로소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왜 한국에서만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며, 구글은 왜 한국 정부에만 반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가?

일부 언론은 구글이 1:25,000 지도로도 길찾기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도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구글은 현재도 SK티맵에서 구매한 1:5,000 축척 지도를 활용해 국내망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토지리정보원 기준으로도 고정밀 지도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심 환경에서는 건물 입구·보행로 같은 세부 요소가 중요해, 1:25,000 지도로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도 도심 길찾기에는 최소 1:5,000 지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 내 다른 업체들도 도심 길찾기에 1:25,000 지도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글이 한국 정부에만 반출 허용을 요청하는 이유는 이 규제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여개국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반출 요청이 필요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구글은 1:5000 축적의 우리나라 고정밀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요청해왔다. / 픽사베이
구글은 1:5000 축적의 우리나라 고정밀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요청해왔다. / 픽사베이

■ 지도 반출에 대한 끝없는 우려

-리뷰나 관심지점(POI), 영업시간 등 콘텐츠 정보의 부정확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구글은 한국 내 관광 정보의 정확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 마이 비즈니스’, ‘로컬 가이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참여형 시스템을 통해 현지 업체와 사용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국내 기관과 협력할 의사도 있다. 다만, 기본 지도 데이터가 충분히 정교하지 않으면 POI·리뷰·운영시간 같은 정보도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지도는 모든 로컬 콘텐츠의 기반 체계이기 때문에, 정밀한 지도 데이터가 확보될 때 콘텐츠의 품질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국내 서버를 활용하면 정밀 지도를 반출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데, 왜 해외 반출만 고집하는가?

국내망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은 논의될 수 있지만, 구글 지도는 전 세계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글로벌 서비스이다. 특정 국가만 따로 운영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이고, 서비스 일관성과 속도도 떨어진다. 또한 국내망 격리 방식은 오히려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위험도 있다. 구글은 이미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최고 수준의 보안과 서비스 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와 협력 체계도 마련할 의사가 있다. 모든 국가가 데이터 현지화를 강제할 경우 글로벌 데이터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된다. 따라서 해외 반출 허용이야말로 한국과 해외 이용자 모두에게 최신 기술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다.

구글은 한국 구글맵 서비스가 규제 상 명확한 한계가 있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픽사베이
구글은 한국 구글맵 서비스가 규제 상 명확한 한계가 있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픽사베이

■ 반출 없이는 정말 안 될까?

-국내 서버 저장과 정부 심사를 조건으로 관광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반출을 허용하는 방식에 대해 구글은 어떤 입장인가?

구글은 정부 심사 조건 아래 관광 특화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제안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 한국인과 전 세계 관광객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구글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서버 저장과 정부 사전 심사가 구글의 글로벌 서비스 운영과 기술·운영상 실행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을 찾고자 한다.

 

-지자체나 문화기관과 협력해도 관광 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다양한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경북 등과 관광 협력안을 발표했으며, ‘구글 아트 앤 컬처’를 통해 한국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나 지자체와의 협력도 열려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정밀 지도 반출이 허용돼야 세계적 수준의 혁신적 관광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구글의 반출 요청이 국내 기업에는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역차별 주장은 데이터 현지화를 전제로 하지만, 이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본질과 충돌한다.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한국 기업도 해외 진출 시마다 현지 서버를 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구글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200여개국과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국제 통상 질서와 글로벌 데이터 흐름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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