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요 vs 코라쿠, 오카야마 명문 코스 탐험
일본 소도시 여행이 인기다. 수년째 이어진 일본 여행 쏠림을 생각하면 ‘한적한 일본', ‘안 가본 일본'은 어쩜 당연한 수순이다. 지방 공항 곳곳으로 확대된 직항편 취항도 소도시 여행을 부추긴다. 일본 소도시는 골프 여행과 찰떡궁합이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전국에 고루 골프장이 분포해 있는 일본은 소도시에서도 골프장 선택지가 많다. 지역 특산물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쾌적하다. 이건 지방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받는 순간 바로 체감할 수 있다.

일본 소도시 골프여행의 매력을 두루 갖춘 목적지 중 하나가 오카야마다. 일본 혼슈 남서쪽 히로시마와 오사카 사이에 위치한 소박한 현이다. 현 남부는 세토 내해를 접하고 있고 현청 소재지는 오카야마시(岡山市, Okayama City)다. 대한항공이 인천-오카야마 직항편을 운항 중이며, 비행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김포-제주와 큰 차이가 없는 시간이다. 오카야마는 ‘맑은 나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비가 적고 온화한 날씨를 자랑한다. 겨울엔 건조하고 일조 시간도 길다. 도심에서 40~50분 거리에 수준 높은 골프장들이 있어, 관광과 골프를 병행하기 좋다.
오카야마시를 벗어나 골프장으로 가는 길은 느긋하다. 소박한 2층 주택과 듬성듬성 늘어선 야트막한 산, 고요한 일상이 흐르는 풍경이다. 여행지로 인지도가 높은 곳이 아니라 역 앞의 돈키호테를 가도 붐비지 않는다. 면세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야마자키나 히비키 위스키 같은 인기 제품도 재고가 넉넉하다.
‘잭 니클라우스 Jr’의 설계로 재탄생한
산요 골프클럽
오카야마 공항과는 차로 40분, 시내와는 5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잭 니클라우스 Jr.의 손길이 닿은 골프장이 있다. 아카이와 시 히라야마에 위치한 산요 골프클럽은 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명문 구장으로 7,221야드, 파72 챔피언십 코스다. 잭 니클라우스 주니어가 코스를 재설계하면서 내세운 테마는 ‘도전'이다. 골프장 측은 ‘위험에 도전해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코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산요 골프클럽은 자연 지형을 살린 완만한 언덕과 적송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조경이 매력적이다. 오래된 골프장답게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나무들이 코스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홀마다 벙커, 크릭, 연못을 전략적으로 배치해 골퍼의 샷 선택과 기량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일본 현지 골프 정보 사이트에서 5점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만큼 코스 관리도 뛰어나다.

이곳의 매력은 각 홀마다 다양한 공략 루트가 존재하며, 골퍼의 실력과 판단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확실하고 공의 위치에 따라 수시로 클럽과 공략 방법을 택해야 한다. 특히 워터 해저드와 벙커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정교한 샷이 중요하다. 시그니처 홀은 18번 파5. 그린 앞을 가로막은 긴 워터 해저드는 장타자라 해도 투온 시도를 망설이게 만든다. 올드코스 18번 홀의 돌다리를 본뜬 석조 다리는 스코틀랜드식 감성을 더한다. 카트는 리모컨 방식이며 페어웨이 진입은 불가하다.
정원을 산책하듯 계산된 아름다움
코라쿠 골프클럽
오카야마시 기타구 마나보시에 위치한 코라쿠 골프클럽은 회원제 명문 골프장이다. 셀프 플레이가 일반적인 일본 골프장과 달리 이곳은 캐디 동반 플레이가 기본이다. 산요 골프클럽이 세월이 만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코라쿠 골프클럽은 마치 분재 작품을 보는 듯 잘 가꾼 모던함을 만날 수 있다.

코라쿠 골프클럽의 가장 큰 특징은 평탄한 지형을 기반으로 한 시원한 설계다. 티샷부터 그린까지 시야가 막힘없이 이어져 골퍼들이 전체적인 홀 레이아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장은 6,860야드로 그리 길지 않지만 공략이 마냥 쉽지는 않다. 파 5홀은 거의 예외 없이 그린 앞에 물이 지나고 코스 중간 중간 나무가 세워져 있어 티샷 방향에 따라 그린 공략에 난이도를 줬다. 그린은 크고 빠르며 관리도 수준급이다. 때문에 일본 상급 골퍼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만족도가 높은 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클럽하우스 서비스나 식사도 훌륭하다.

드라이빙 레인지와 퍼팅 그린 등의 연습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고 사우나에는 작은 야외 온천이 딸려 있는데 운치가 제법이다. 접근성도 뛰어나다. 오카야마역에서 약 35분, 오카야마 공항에서는 10분 정도에 불과해 여행 일정을 짜기에 매우 유리하다.
골프와 함께 즐기는 오카야마의 매력
오카야마 골프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라운드 전후로 만나는 특산품과 관광 코스다. 오카야마는 일본 안에서도 ‘과일 왕국’으로 통한다. 세토 내해의 온난한 기후에서 재배된 과일은 단맛과 향, 식감 모두 최상급이다.

특히 백도는 일본 최대 생산지 중 하나로, 과육이 부드럽고 향이 짙다. 샤인머스캣을 비롯해 다양한 품종의 포도도 유명하다. 과일의 고장답게 과일 파르페 전문점도 곳곳에 있다. 바다와 접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으며, 겨울철 별미로는 굴 오코노미야키가 유명하다.

오카야마성은 검은 외벽으로 유명해 ‘까마귀 성’이라 불린다. 성 옆의 고라쿠엔은 약 300년 전 조성된 전통 정원으로,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사계절마다 다른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관광과 라운드를 병행하기 좋다.
▶숙소 선택
숙소는 오카야마역 주변을 추천한다. 두 골프장 모두 접근하기 편하고, 관광지와도 가까워 일정 관리가 용이하다. 코라쿠 골프클럽과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코라쿠 호텔은 깔끔한 시설의 비즈니스 호텔이다. 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호텔 주변에는 서울의 명동과 북창동, 무교동을 섞어 놓은 듯한 분위기의 먹자골목이 이어져 있어 저녁 시간도 무료하지 않다.
▶여행상품
오카야마는 대한항공이 화, 수, 금, 일요일 주 4회 운항한다. 골프 전문 여행사인 글로벌체인에서 코라쿠 호텔과 골프장을 묶은 상품을 판매 하고 있다. 출발 요일에 따라 2박3일부터 4박5일까지 여행상품이 구성된다.
일본 오카야마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