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에 미식·예술·웰니스 결합한 힐링 콘셉트 인기
하와이 무제한 라운드, 체코 골프여행 등 신상품도

한국인의 해외 골프여행이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 시장에 집중돼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버킷리스트형 장거리 골프여행’이 프리미엄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라운드를 즐기는 여행을 넘어, 세계적인 대회를 참관하고 미식·웰니스 체험을 결합한 ‘체류형 버킷리스트’로 진화 중이다. 

체코는 역사적인 성이 있는 골프장이나 장엄한 자연 속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골프 코스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코관광청
체코는 역사적인 성이 있는 골프장이나 장엄한 자연 속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골프 코스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코관광청

버킷리스트가 된 골프여행 

요즘 장거리 골프여행을 예약하는 소비자들은 출발일로부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골프여행 예약을 준비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장거리 골프여행 수요가 세계적인 골프 대회를 참관하는 상품에 집중되어 있어서다. 디 오픈 챔피언십, 마스터스 토너먼트,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등 골프 대회는 일정이 정해진 데다 확보할 수 있는 티켓 물량도 제한적이고 티타임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또 대체로 이와 같은 상품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50~70대 장년층이 많이 찾는데, 일정이 길고 가격대가 수천만 원대에 달하지만 ‘세계적인 코스에서 직접 라운드한다’는 상징성 덕분에 수요가 탄탄하다. 이룸투어 관계자는 “이미 내년 설 연휴는 물론 여름, 가을 출발하는 상품에 예약이 모였다”며 “장거리 골프여행 시장은 리드타임이 긴 편이라 티타임 확보나 골프 대회 참관 티켓, 항공, 숙박 등을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좌석수가 적은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센텀골프의 경우, ‘세계 100대 골프코스'를 전문적으로 다뤄 전 세계 상류층이 즐기는 정통 골프 투어리즘을 한국 시장에 구현하면서 프리미엄 골프여행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센텀골프 백상현 대표는 수년간 100대 코스 중 90여 곳을 직접 답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세계 100대 코스 상품을 원활하게 운영 중이다.

이처럼 장거리 프리미엄 골프여행 상품은 버킷리스트 여행으로 자리 잡은 만큼 주요 소비층의 눈높이에 따라 점점 더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골프 대회 참관과 라운드에 집중하되 와인이나 맥주 시음,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스파, 미술관 등 미식과 예술, 웰니스와 같은 요소를 결합한 힐링 콘셉트의 상품이 주류를 이루는 모습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최근 해외 골프여행은 단순히 라운드를 즐기는 것을 넘어 온천, 스파, 미식, 관광 등이 결합된 체류형 여행으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프로 선수가 동행하는 상품도 티칭 시간이나 프로와의 라운드, 경기 전략 토론 등 실질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일정으로 업그레이된 형태다. 또 최근에는 대한항공 전용기를 타고 2026년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과 디 오픈 챔피언십을 동시에 참관하는 초고가 상품도 등장했다. 이는 장거리 골프여행 시장이 ‘프리미엄을 넘어 초럭셔리’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와이 웨스틴 하푸나 비치 리조트 외경  /하와이 웨스틴 하푸나 비치 리조트
하와이 웨스틴 하푸나 비치 리조트 외경 /하와이 웨스틴 하푸나 비치 리조트

새로운 골프여행에 목마른 골퍼를 위해 

내년 장거리 골프여행 시장에서 주목받을 신규 목적지는 체코다. 체코는 역사적인 성이 있는 골프장이나 장엄한 자연 속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골프 코스가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거리 목적지 중에서는 비교적 가성비가 높고, 미식과 역사 등 골프와 연계할 수 있는 테마가 다양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그동안 한국 시장에 체코 골프여행 상품은 전무했던 만큼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이들에게 신선한 바람이 될 전망이다. 체코관광청은 이와 같은 경쟁력을 앞세워 2026년 주요 마케팅 테마로 골프를 선정하고 체코 골프여행 상품 개발을 지원, 최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체코 골프여행 상품이 출시됐다. ES골프투어 관계자는 “체코의 골프장은 자연 속 경치가 아름답고 유럽 소도시 분위기 속 여유로운 라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며 “아직 골프 목적지로는 생소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지역을 찾는 골퍼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내년 봄을 타깃으로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12~2월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는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올겨울 주목받는 목적지다. 두 지역은 도시와의 접근성이 높고 컨디션 관리가 잘된 코스, 럭셔리 숙소와 사파리 투어 등 이색적인 체험을 결합할 수 있어 겨울 장거리 골프 여행지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실제로 두바이에 위치한 골프장 Els 클럽에 따르면 겨울 시즌 전 세계 여행객이 약 6만명이 방문하는데 그중 한국인 비중이 약 10%에 달할 만큼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는 두바이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챔피언십 파이널 라운드를 참관하고 라운드하는 상품과 아부다비 FI 그랑프리 참관과 세계 100대 골프 코스 라운드를 연계한 상품은 물론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묶은 라운드 상품까지, 초럭셔리 신상품부터 럭셔리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 상품까지 선택지가 다양해진 편이다. 

미주 지역에서는 하와이가 선전하고 있다. 하와이는 최근 시니어 부부층의 선호도가 높은 목적지로 꼽힌다. 자유여행으로 방문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호텔 컨시어지를 통해 티타임을 예약하고 자유롭게 라운드를 다녀오는 여행객도 많아졌지만, 크루즈와 골프를 연계한 여행 상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크루즈를 이용한 골프여행 상품은 야간에 이동하고 아침 라운드를 즐긴 후 선내에서 식사와 휴식하는 일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이나 식사가 부담스럽지 않은 올인클루시브라는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이처럼 하와이가 골프 목적지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모두투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카우아이섬에서 즐기는 무제한 골프 투어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미본토에서는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페블 비치 골프 링크스를 중심으로 인기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프렌치 폴리네시아(타히티) 지역의 럭셔리 크루즈 브랜드, 폴 고갱 크루즈도 타히티와 모레아섬 2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연합 상품을 선보이며 럭셔리 골프여행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장거리 골프여행 시장은 ‘경험의 희소성’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빠르게 진화할 전망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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