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왜 다니세요?”매번 묻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었다. 오래도록 묵혀둔 이 물음이 얼마 전 한 팸투어 회식 자리에서 타인의 입을 통해 나왔다. 여행업에 몸담고 있지 않은 이의 티끌 없는 질문이 여행사 직원들 앞에 떨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 하나둘 각자의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어영부영하다 보니 일하게 됐다’라는 식으로 눙치며 지나갈 줄 알았건만, 여행사 직원들이 꺼낸 답변은 깨나 진지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여행도 좋지만, 여행으로 누군가 행복해지는 게 좋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하는 곳이 있다. 인터넷 면세점이다. 면세점이란 공간은 공항에 일찍 도착해 시간을 때울 때나 간혹 둘러보던 곳인데, 지금은 이유가 있다. 여행기자로서 글만큼 사진도 빠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봐뒀던 고가의 렌즈를 사면서 나만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만끽했다. 하드웨어는 다 갖췄으니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채워 넣는 일만 남았다.국내관광도 비슷한 지점에 있다. 재작년에는 우등 고속버스보다 편한 프리미엄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고, 올해는 평창올림픽에 맞춰 KTX 경강선이 개통됐다. 이제 수
하노이에는 하롱베이가 두 개 있다. 하나는 1,970여개의 크고 작은 섬과 석회암 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진 만으로 북부에 위치한다. 하노이에서 약 3시간30분 소요된다. 또 하나는 남쪽에 있는 땀꼭(Tam Coc)이다. 강 주변으로 기암괴석이 늘어선 모습이 하롱베이를 닮았다 하여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린다. 하노이에서 약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하노이 여행 상품을 살펴보면 대부분 두 곳을 일정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여행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짝퉁 땀꼭에 다녀왔다’는 피해 사례가 공유돼 화제다. 피해자들은 ‘땀꼭
2017년 일본은 인바운드 부문에서 승승장구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수가 2,850만명 수준에 달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4,000만명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도 급상승했다. 반대로 일본의 아웃바운드 업계는 울상이다. 연간 해외출국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2017년 조금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1,8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처럼 승무원을 제외한 순수 출국자 통계로 2,400~2,500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보다 한참 뒤쳐진다. 우리가 인바운드 침체를 걱정하듯 일본은 아웃바운드 침
돌이켜 보면 지난해도 안팎으로 소란스러웠다.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있었고, 덕분에 신임 대통령 선거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치러졌다. 경주와 포항에서는 큰 규모의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해 여태 없었던 지진에 대한 공포도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연초부터 온 국민의 피를 말린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어떻고. 미국부터 예루살렘까지 동네방네 휘젓고 다니며 분열을 조장하는 인물도 있는가 하면, 혜성처럼 나타난 비트코인은 국경 없이 사람들을 통합 시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침없이 해외로 나갔다. 매달 여행자는 꾸준히 늘어, 지
신분제가 사라진 지금 항공 여행은 어쩌면 유일하게 암묵적 합의가 이루진 차별의 공간이다. 비행기 티켓에 얼마를 지불했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고 탑승자들도 모두 이를 인정한다. 남녀, 피부색 등 우리사회가 각종 차별에 얼마나 민감한가를 생각하면 순전히 돈을 기준으로 대놓고 차별이 이뤄지는 신기한 세계다.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취재원을 만났다. 출장이 잦은 그는 마일리지를 이용해 종종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일등석으로 인천-뉴욕 항공권을 세 차례나 구매했다. 일단 비즈니스나 일등석을 타 본 사람은 그 차
얼마 전 일본 제휴사인 트래블저널이 2017년 한국 여행업계 10대 뉴스를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여러 가지 이슈와 크고 작은 사건이 이어졌던 터라 나름 고민스러웠다. 그래도 ‘패키지여행 부활’을 꼽는 데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수치로 정확하게 증명할 수는 없지만 매년 ‘지는 해’ 취급을 받다가 2017년에는 주된 화두로 보란 듯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실제로 떠나는 지인들이 부쩍 늘었고, 여행사들도 새로운 눈으로 패키지를 바라봤다. 인터파크투어는 패키지 강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고, e온누리여행사는
시장은 달라졌다. 직원 한 사람이 곧 매출이었던 예전과 다르다. 빠르게 시스템화, 온라인화 되고 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다시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소비자가 웹으로 모바일로 상품을 구매한다는데 초점을 맞춰왔지만, 선진화 됐다고 평가하는 글로벌 OTA는 오히려 안으로 그 보폭을 빨리하고 있었다. 그 결과 펼치는 영업에 비해 직원 규모는 황당할 정도로 작은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변적이고 리스크도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유럽 태생 OTA들은 거의 자동화된 시스템 안에서
12월이다. 빼곡하게 잡힌 송년회나 내년 사업계획서보다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 남은 연차다. 바쁜 와중에 회사에서는 그동안에도 쓰지 못한 연차를 사용하라고 채근한다. 하지만 묻고 싶다. “정말 다 써도 되나요?” 내 것인 듯 내 것이 아닌 게 한국인 노동자들의 연차 아니던가. 11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몇몇 여행업계 직원들의 남은 연차를 살펴봤다. A여행사 직원의 남은 연차는 7.5일이다. 지난해 2월 입사해 올해 연차총 12일을 받았다. 지금까지 4.5일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에 하루라도 쓸 수
요즘 푹 빠진 것이 있다. 와인이다. 선홍빛의 로제와인보다는 짙고 탁한 레드와인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직 와인을 제대로 배우려면 갈 길은 멀지만 포도 품종 서너 가지만 외고 쥐뿔도 모른 채 그저 마셔대기만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달라진 게 많다. 와인을 마시는 법이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찍어 맞추는(?) 스킬까지, 나름 입과 귀가 열리는 중이다. 와인을 알수록 좋은 점은 또 있다. 출장이 즐거워졌다. 관심을 갖고 마시다 보니 와이너리 투어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유럽이나 미주 지역으로 출장을 가면 한 번쯤 들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10월에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1단계 수준으로 부활하더니 11월에는 2단계로 높아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한 탓이다. 이러다가 유류할증료가 급등해 여행심리까지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도는가 싶더니 12월 유류할증료도 올랐다. 3개월 연속 상승 행진이다. 3단계가 적용되니 목적지까지의 거리에 따라, 항공사에 따라 대략 편도당 4,000~5,000원에서 3~4만원까지 부과된다. 아직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으니 안심
약 8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여행업계 사람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사드 갈등 때문이다. 호황을 맞은 아웃바운드이건만 절정을 맞았어야 하는 중국 시장은 찬바람만 쌩쌩 불고, 면세점 매출은 반토막에 호텔은 빈방 때문에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는 날들이었다. 다행히 지난 10월 말 사드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미 동계에 접어들어 중국 패키지의 비수기라는 점, 마침 동계 항공운항인가도 끝난 참이라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추가 운항하기 힘든 시점이라는 데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라리 넉넉히 준
여행과 출장은 다르다. 동행자를 내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행에서 동행자는 매우 중요하지 않던가. 그러한 의미에서도 다시 말하면 출장은 여행이 아니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출장’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여행사 관계자들이 다수 모인 자리였다. A여행사는 회사에서 팸투어나 트래블 마트 등의 출장에 직원이 참가하더라도 출장비는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B여행사의 출장비가 하루 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 대부분의 여행사
지난 18일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개최한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전한 기사가 나간 뒤 한 패키지여행사 간부급 직원은 “제로컴(Zero Commission)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 새삼 알게 됐고, 그런 만큼 (정책 당국에 부당성을 제기하고 개선책을 도출하는 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고 다소 들뜬 투로 말했다. 공청회 당일 “우리들도 미처 몰랐던 부분을 법리적 측면에서 일깨워줬다”며 발표자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 끝난 게임인데 이제 와서 연구하고 공청회를 한들 달라지
언제부터인가 여행사들의 메타서치(Metasearch) 의존도가 높아졌다. 스카이스캐너, 카약 등 대표적인 메타서치가 한국 진출을 시작하면서 국내 대부분 여행사가 계약을 맺고 있다. 항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직접 계약을 통해 메타서치로 항공운임을 노출하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메타서치를 활용한 항공권 구매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한때 여행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카약 신공’이라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메타서치는 최저가를 제공하는 최고의 창구였다. 메타서치에 입점하는 여행사들도 그만큼 늘어났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온라인 여행사를 이용해 예약했던 숙소를 찾아갔는데, 엉뚱한 소리를 한다. 전체 일정 중 며칠은 다른 객실(그것도 다른 건물!)에서 자야 한다는 것이다. 딱 보니 오버부킹이다. 메일로 들어온 예약 확인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어 따져 물었더니 숙소 주인은 얼렁뚱땅 딴소리뿐.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이 싫어서 한 곳에 장박을 했는데 의미가 없어졌다. 주인은 환불을 해주겠다 하더니 갑자기 예약한 사이트 정책상 환불이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그래, 게스트가 비빌 언덕은 이용했던 여행사 아니겠나. 약관을 뒤지다 석연찮아 로밍 요금을 감내하고
9월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비지트 재팬 트래블마트(VJTM)’가 열렸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해외 여행사와 미디어를 초청해 자국 관광사업체들과 비즈니스 상담 기회를 제공하는 인바운드 트래블마트다. 3년 만의 참가여서 그랬는지 적잖이 놀랐다. 어딘지 모르게 한참 달랐다. 훨씬 체계적이고 생기가 흘렀으며, 열정적이었다. 굳이 숫자로 비교하지 않더라도 국내외 참가자 수가 훨씬 늘었다는 점도 직감했다. 도대체 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같은 전시컨벤션센터에서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TEJ)’도 VJTM과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 질 거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신상품을 구상하며 이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렸지만 6개월이 넘어서자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이 장기화되자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도 기대를 내려놓고 냉정하게 현실을 보기 시작했다.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랜드사 관계자들 얘기다.A 랜드사는 직원의 절반이 무급 휴가에 들어갔고, 남은 직원들의 월급도 당분간 감봉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 달 후엔 두 그룹을 바꿔서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시세 확장을 계획하고 새롭게
플랫폼의 시대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면에서 요즘 여행사는 약자가 됐다. 자체 채널보다 타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매출이 비등하거나 더 높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인데 여기에서는 안 팔리고, 저쪽에서는 팔린다. 손님들은 왜 여행사를 찾지 않는 걸까.여름휴가로 다낭에 다녀왔다. 다낭은 ‘한국인 천지’라고 불릴 정도로 어딜 가도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다낭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명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풀빌라부터 인기 리조트, 호텔을 직접 특가로 받아 공급하고 있었고 그밖에 현지투어, 스냅, 마사지 예약, 픽
자동화가 이슈다. 최대한 사람의 품이 들어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 지금 여행업계의 크고 작은 시스템 개편의 목적이다. 현금을 품고 여행사 사무실을 방문해 여행 상품을 구매하고 수기로 적은 항공권을 건네 받던 때는 이미 지나갔으니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시베리아 허허벌판에서도 여행사 업무가 가능해졌다.지난해부터 인공지능을 통해 상담업무를 지원하는 챗봇 개발이 시작됐고, 그 중 일부는 이미 시장에 공개됐다. 콜센터는 특수한 경우에 한정해 활용된다. 새로운 여행상품이나 프로모션은 출시되자마자 서울에서부터